제가 사는 강릉은 4월까지도 눈이 내리기로 유명해요. 그리고 눈이 왔다 하면 발로 밟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허리춤까지 차오르는 높이로 눈이 쌓이지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기상이변 현상이 생기면서 눈 많이 오던 저희 지역은 눈이 안 오고 눈 구경하기 어렵던 남쪽 지방으로 눈이 많이 오는 경향이 생겼죠. 급기야 강릉은 가뭄으로 고생 중이었는데요. 갑자기 3월 1일 삼일절에 눈이 퍼붓기 시작했어요. 질퍽거림은 참 싫지만 이번 눈은 강릉 시민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눈이었어요. 제설작업이 잘되는 강릉은 하루 사이에 바닥이 뽀송뽀송, 그래서 강릉 산책로 경포호수 둘레길을 다녀왔어요.

 

 

3월이 되긴 했지만, 아무래도 바다도 있고 호수도 있는 터라 시내 중심가 보다는 바람이 많이 센 편이었어요. 그리고 강 주변으로 아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흰 눈이 쌓인 곳도 있었지요.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니 자연스레 스르르 녹아 중간중간 구멍이 나있긴 했지만 멀리서 바라다보이는 눈 덮인 땅은 멋스러움을 잔뜩 뽐내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산에도 하얗게 눈이 쌓여 있어 멋진 장관을 연출했지요. 이 모습은 곧 사라지고 꽃이 만개하는 봄이 소식을 전하겠지요.

 

 

강릉 산책로 경포호수 둘레길은 걸음이 조금 빠른 경우는 한 바퀴 돌 때 40분, 그냥 보통 걸음의 경우는 50분 정도 소요되는 코스인데요. 온통 주변이 다 자연으로 둘러쌓여 있어 매일 가도 다른 곳인 것처럼 지루할 틈이 없어요.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생명체들과 마주하며 걷다 보면 금세 출발했던 지점에 도착하게 되더라고요. 호수 안에 검은색 오리들이 마구 헤엄치고 있었는데 사람이 가까이 가면 멀리 헤엄쳐 달아나는 모습이 너무도 귀엽더군요. 통행로와 자전거길을 따로 구분해 놓아 안전하게 걸을 수 있었어요.

 

 

강릉 시민들의 쉼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강릉 산책로 경포호수 둘레길은 추우나 더우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지요. 주말이면 관광객까지 동원돼서 왁자지껄 장단을 맞추듯 쉴 새 없이 활기가 넘치는 곳입니다. 또 틈나는대로 테마를 정해 정비를 잘해놓고 있기에 갈 때마다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어요. 운동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볼거리 구경도 하며 50분 정도의 시간은 금방 흘러갑니다. 가시연꽃, 댑싸리, 데이지 가든 등등 사진 찍으러 가기도 안성맞춤이지요.

 

 

이번에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강릉 시민들을 위해 '경포 달빛산책'이라는 테마로 야간 시간에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못 봤으면 굉장히 아쉬웠을 만큼 꽤 괜찮게 해 놓았더라고요. 저는 다행히 낮과 밤을 풍경을 다 볼 수 있었는데요. 낮도 괜찮고 밤도 괜찮았던 것 같아요. 야간에는 반짝반짝 불빛들이 비추는 곳은 행사 진행 공간이라는 것을 직감하며 불빛들을 쫓아다니는 재미도 있었지요. 제가 알기로는 3월 7일인 지난주 일요일로 마감한 걸로 아는데요. 조형물들을 없애지 않고 그냥 둬서 낮에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강릉 산책로 경포호수 둘레길 숲속 마을 구역에는 시민들 힘내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려 있었어요. 지금 아주 절실한 "힘내라! 대한민국!!!" 문구가 가장 눈에 들어왔는데요. 강릉 시민, 아니 전 국민이 조금 더 노력해서 빨리 코로나 19를 떨쳐낼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어느 산책로든 마음 편하게 가족들과 돌아다닐 수 있는 그런 날을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그 날이 내일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스크도 빨리 벗어버립시다!!! 화이팅!!! 참, 경포호수 둘레길을 걸을 때 주차는 3.1 운동공원 주차장, 경포호수광장 주차장, 에디슨박물관 옆 주차장, 허난설헌 생가터 주차장에 주차하시면 됩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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